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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마차의 영화+드라마 이야기
사바하 (2019) 리뷰 :: '용'이 되고자 한 '뱀'의 추악한 신화 이야기 본문
난 아직도 모르겠다.
우리는 저 밑바닥에서 정말 개미들처럼 지지고 볶고 있는데,
도대체 우리의 하나님은 어디에서 뭘 하고 계시는지.
이것이 있기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태어남으로 저것이 태어나고,
이것이 멸하므로 저것이 멸한다.
용이 뱀 됐네.
어디 계시나이까? 우리를 잊으셨나이까?
어찌하여 당신의 얼굴을 가리시고
그렇게 울고만 계시나이까?
깨어나소서.
저희의 울음과 탄식을 들어주소서.
일어나소서.
당신의 인자함으로 우리를 악으로부터 구하시고,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사바하
- Svaha: The Sixth Finger, 2019
1999년, 영월의 한 마을에서 쌍둥이 자매가 태어난다. 하지만 쌍둥이 자매 중 언니로 보이는 '그것'은 일반적인 아기와는 다르게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동생의 다리를 뜯어먹으며 불길하게 태어났으며, 자연스럽게 죽기만을 바라며 출생신고도 하지 않고 그렇게 작 중 현시점 2014년까지 세월이 흘렀다. 그렇게 이금화(이재인)는 16살의 중학생으로 자라 아직도 '그것'과 함께 살아간다.
한 편, 사이비 종교들을 파헤치는 종교문제연구소의 소장 박웅재 목사(이정재)는 늘 그렇듯 종교 단체의 비리와 의혹을 건드리며 곤혹을 치루던 와중에 신흥 종교집단 '사슴동산'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더 자세히 파게 된다. 그런데 파면 팔수록 사슴동산과 영월 터널에서 여중생의 사체가 발견된 사건이 연결되어 있는 등 기괴한 미스테리들이 달려 나오는데. 점점 더 진상에 가까워질수록 터널 사건의 용의자와 연관되어 있는 기묘한 남자 정나한(박정민)과 16년 전 영월에서 태어난 소녀 금화까지 이 사건에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파묘>를 보고서 장재현 감독의 전작들을 다시 정주행하고 싶어져서, 기왕 이렇게 된거 오히려 역행하듯이 파묘-사바하-검은 사제들 순으로 봐보기로 했다. 그렇게 다시 본 사바하는,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요소들에 눈길이 갔다. 전에는 금화와 쌍둥이 언니 그것의 관계성, 그리고 그것과 작 중 인간을 초월해 신이 된 '미륵' 김제석의 관계성 등에 관점을 두었었다면 이번에는 김제석이자 김동수(유지태) 그 자체의 상징성과 의미에 대해서 집중하게 됐다. 작 중 김제석은 육체를 초월한 미륵 그 자체로 묘사된다. 하지만 결국 위에 올린 대사들 중 하나처럼, '이것이 있기에 저것이 있다'. 즉, 영원히 무한한 것은 없듯이 영생 또한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 중 김제석은 네충텐파(타나카 민)의 예언(100년 뒤 그가 태어난 곳에서 그의 천적이 태어난다)을 듣고서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1999년도에 영월에 태어난 모든 소녀들을 죽이려 하는데, 이는 곧 욕망, 미련 등 그 어떠한 감정에서도 해탈했어야 할 '미륵' 김제석이 이미 자신의 능력을 잃고 영생에만 집착하는 인간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 중 박웅재가 '용이 뱀 됐다'고 말하는데, 나는 처음부터 김제석은 용이 아니라 용을 흉내내는 뱀이었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영생에 집착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자는 작 내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불교의 사상과 상반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는 집착에 사로잡혔을 때부터 이미 미륵, '신'의 자격을 박탈당하지 않았을까.
그렇기에 신이라는 김제석의 마지막 결말이 그토록 허무하고 초라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그리고 또 하나 재미있는 부분이 바로 박웅재 목사에 대한 이야기다. 작 중 박웅재 목사는 위에 언급한 대사들처럼 항상 신에 대한 회의감과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자다. 그렇기에 더욱 가짜를 좇으며 진짜를 찾는 것인데, 정작 박웅재는 작 중에서 '진짜'로 묘사되는 그것과는 마지막까지 마주치질 못한다. 이는 아마도 신이란 존재는 의구심을 갖고 애타게 필요로 하는 이들의 앞에는 정작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을 상징하는 부분이 아닐까. 장재현 감독님은 어쩌면 신이란,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만 움직이며 우리의 기도를 정말 듣기만 할 뿐 도움을 주거나 모습을 드러내주는 자비를 베풀지는 않는다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추신) 개인적으로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3부작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이 <사바하>다. 기독교적인 시점으로 시작해서 불교적인 시점으로 끝을 맺었다는 것이 뒤통수를 거하게 맞은 것만 같이 신박하고 재밌었으며, 무엇보다도 이런 종교적인 색체가 짙은 작품에선 항상 신을 우상시하거나 결국 신이 선이다, 라는 메시지로 끝내곤 하는데 이 영화는 신에 대한 회의적인 메시지를 과감하게 드러내고 의문을 품고 끝을 내서 더욱 기억에 남았다.
나 또한 오컬티스트로서 신을 모시는 입장인데, 개인적으로 실제로도 내가 느낀 신 또한 무한하게 자비를 베풀고 인자한 모습보다는 필요에 의해 움직임을 보이며 때론 냉혹하리만큼 차가운, 어찌보면 '자연' 그 자체로 느껴지는 모습이 더 크기에 영화를 보면서 정말 공감이 많이 됐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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