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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2023) 리뷰 :: 한 여름의 꿈 속, 어머니를 잃은 소년의 마지막 작별 인사 본문

영화 리뷰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2023) 리뷰 :: 한 여름의 꿈 속, 어머니를 잃은 소년의 마지막 작별 인사

호박마차2 2024. 8. 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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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포스터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The Boy and the Heron, 2023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년 마히토는 전쟁의 여파로 병원에 입원해있던 어머니를 화재로 여의게 된다. 그렇게 1년 후 아버지의 고향 시골로 내려오게 된 마히토는 그곳에서 어머니와 똑 닮은 나츠코라는 여자가 새 엄마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심지어 그녀가 죽은 친 엄마 히사코의 동생이라는 말에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고. 새 학교에서도 적응을 하지 못하고 학생들과 다퉈 결국 학교도 며칠간 가지 않게 되고, 저택에서 일하는 일곱 명의 할머니들의 도움을 받아 어찌저찌 이곳에서의 삶을 이어나가던 중.

 

저택 주변을 맴돌던 회색 왜가리로부터 어느 숨겨진 탑으로 안내되고, 그로부터 마히토의 엄마가 아직 살아있다며 그를 구하러 오라는 말을 듣게 된다. 자꾸만 신경을 건드리는 왜가리에 대항하기 위해 활을 만들던 도중, 출산을 앞둔 새 엄마 나츠코가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직감적으로 그 탑에 납치됐다는 것을 알아챈 마히토는 고용인 할머니 7명 중 가장 행동력이 있는 키리코와 함께 숨겨진 탑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왜가리의 초대로 인해 탑의 아래 세계로 빨려들어가게 된다.

 

 


 

 

작년 가을과 겨울 사이 즈음 개봉했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았다. 사실 이번에 처음 본 건 아니고 몇달 전에 DVD가 풀리며 보았었는데, 그 당시에는 나 또한 다소 난해하고 어려운 영화라고 생각해서 리뷰를 미뤘다가 이번에 루나사(입추)를 맞이하여 잘 어울리는 영화가 뭐가 있을까 생각하던 중 이 영화를 다시 꺼내보게 됐다. (이상하게 풍요와 수확의 시기인데 이 영화가 생각나더라... 나름 성장영화여서 그런가. ㅎㅎ) 개봉 당시부터 일제 미화네 영화가 난해하네 어쩌네 하면서 호불호가 많이 갈렸던 영화인데, 두번째로 보고 나서야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말이 혹시 이게 아닐까? 하며 명확해지더라.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해석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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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작 중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뭘까? 생각해봤을 때, 제목 그대로더라.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하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관객들에게 되묻는 것이다. 작 중 마히토가 탑의 세계에 들어오면서 자신의 어머니의 어린 시절 모습(히미)과 마주하고 그녀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데 결국엔 탑의 후계자가 되는 것을 거부하며 둘 다 탑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한다. 마히토는 마히토가 있어야 할 현재로, 히미(히사코)는 히미가 있어야 할 과거의 시간대로. 이 장면들로 하여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우리에게 '그대들은 상실이 없지만 고여있는(갇혀있는) 과거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상실이 있더라도 현재를 마주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인가'라고 묻는 게 아닐까. 그리고 하야오 감독의 대답은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기에 하야오 감독의 어린 시절을 상징하는 듯 보이는 마히토 역시 과거(탑의 세계)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가는 장면이 연출됐다고 해석했다.

 

또한 두번째로 영화를 보았을 때, 유달리 마히토의 감정선에 따라가게 되더라. 어머니를 여읜지 1년만에 새 엄마를 따라야 하는 그 낯설음과 거부감, 혼란스러움 등의 감정으로 보아 탑의 세계는 마히토의 현실에서의 도피처로도 해석이 가능했다. 또한 그렇기에 그곳에서 분명히 현실에선 죽었을 엄마가 어린 모습으로 살아있으며, 그곳에서 마히토와 다시 마주한 분만실에서의 나츠코가 그리도 경계를 품고 공격적으로 비추어진 게 아닐까. 어쩌면 이 모든 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꿈이었다는 설정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한게, 이 어린 소년은 결국 제대로 마지막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떠나보낸 친 엄마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라도 해주고 싶었던게 아닐까. 그리고 그 마음이 탑에 투영되어 내면의 세계가 현실화된 것은 아닐까 하는 망상을 끄적여본다.

 

 


 

 

추신) 영화가 전체적으로 어린 아이가 부모를 위해 모험을 떠나는 설정이 지브리의 명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남자아이 버전 같다고 느껴졌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듯 디즈니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외에도 작고 여려보이지만 마히토가 새 마을에서 적응하는 것부터 모험까지 도움을 주었던 일곱 할머니들은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연상시킨다. (일곱 할머니들 너무 귀여웠다...ㅎㅎㅎ)

 

어젯밤에 보고서 오늘 아침 리뷰를 올리는데, 두번 봐도 난해한만큼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다양하게 해석할 거리도 많고 생각할 게 많았던 영화.

 

 

할머니들이 가장 인상 깊게 남았다. 일곱 난쟁이 뿐 아니라 디즈니의 오로라 공주를 수호하던 요정들마저 생각나는 등 여러모로 마히토의 수호신같은 존재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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