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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2023) 리뷰 :: 페미니즘, 휴머니즘, 그리고 이 시대 속 '개인'의 가치에 대해 말하는 영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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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2023) 리뷰 :: 페미니즘, 휴머니즘, 그리고 이 시대 속 '개인'의 가치에 대해 말하는 영화

호박마차2 2024. 8. 1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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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포스터

 

지금의 널 만들었다
믿었던 모든 게
네가 아닌지도 몰라.
바비는 바비이고,
켄은 그저 켄인지도.
의미를 만들어가는 사람이고 싶어요,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라.
생각으로 남지 않고
생각을 하고 싶어요.

 

 

바비

- Barbie, 2023

 

 

과거부터 여자아이들이 있음과 동시에 인형은 늘 함께했다. 그리고 '완벽한 여성의 비주얼'을 한 인형 '바비'가 등장한 이후 바비는 모든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자 곧 페미니즘의 시초와도 같다, 적어도 바비랜드의 바비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가장 기본적인 바비(마고 로비)는 바비랜드에서 늘 똑같은 아침을 보냈고 똑같은 밤의 '여자들의 파티'로 마무리했다. 적어도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기 전까지는. 그 이후부터 갑자기 늘 상쾌했던 아침이 영 찌뿌등하기만 하고 날아서 차에 타려던 중 넘어지지 않나, 하이힐에 최적인 까치발이 평평해지는 등 점차 몸에 변화가 생긴다.

 

그리고 그녀는 아이들이 험하게 다뤄서 생긴 이상한 바비(케이트 맥키넌)로부터 그녀를 가지고 놀던 여자아이에게 생긴 변화가 그녀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으므로, 현실 세계로 가서 그 여자아이를 만나야 된다는 조언을 듣게된다. 결국 바비랜드를 떠나 현실세계로 가는 바비. 도중에 자꾸만 귀찮게 붙는 켄(라이언 고슬링)도 합류하여 마침내 현실 세계로 오지만, 현실 세계는 바비랜드와는 180도 다르게 남자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여자들이 차별받는 세계다. 인간 여자들에게는 '페미니즘의 적'이라며 혐오를 받고, 심지어 현실 세계의 가부장제에 심취한 켄이 바비랜드로 먼저 돌아가 '켄덤랜드'로 바꿔놓기마저 한다.

 

 


 

 

작년 2023년도에 개봉했을 때부터 시끌시끌하게 화제가 됐었으며, 비록 국내성적은 망했지만(ㅜㅜ) 전세계 흥행성적이 작년 영화들 중 가장 높은 여성 영화. 나 또한 작년에 매우 재미있게 봤었던 영화로, 가장 뜨거운 7월에 봐줘야 하는 영화지만 어쩌다보니 8월, 심지어 입추 지나고 나서 다시 꺼내보게 된 영화. (개인적으로 23년도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다.) 당시엔 페미니즘 vs. 가부장제를 매우 직관적으로 다룬 블랙코미디 영화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다시 보니 그 안에 휴머니즘을 넘어 단체 속 개인의 가치에 대해서도 말해주고 있더라.

 

우선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보여지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페미니즘 vs. 가부장제의 충돌이다. 현실과는 매우 거꾸로 된 듯한 바비랜드에서 현실 세계로 나와 현실 속 여성들의 입지를 몸소 체감한 바비가 비로소 바비랜드로 돌아가 다른 바비들에게 여성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챙기게끔 깨어주는 장면, 또한 켄이 현실 세계 속 가부장제를 끌고와 켄덤랜드로 바꾸자 바비랜드 때와는 다르게 바비들이 켄들의 시녀처럼 굴고 있는 장면, 현실 속 마텔의 CEO가 겉으론 페미니즘에 우호적인 척을 하나 조금만 자신과 의견이 충돌해도 바로 가부장적인 마인드가 입 밖으로 쏟아지는 장면 등이 매우매우 직관적이면서 상징적이다. 보통 영화같은 경우 비유나 은유를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정말 직관적으로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거의 친절히 떠먹여주더라. ㅋㅋㅋ (이렇게라도 안하면 못알아먹거나 의도적으로 메시지를 지우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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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 속 켄이 말해주듯, 결국 영화는 단순히 페미니즘 뿐 아니라 가부장제 속에서 스스로를 옭아매던 남성들을 향해 가부장제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찾으라는 메시지 또한 담겨있다. (이를 통해 영화는 페미니즘을 넘어서 휴머니즘까지 다룬 것을 알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페미니즘을 통해 다시 바비랜드를 되찾았지만 이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 세계로 돌아가 인간이 되는 것을 선택하는 바비의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 영화는 페미니즘과 가부장제, 여성과 남성을 떠나서 이 서로 다른 사상으로 싸우는 시대를 살아가며 자신 개인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도 전달하고 있다. 바비도 결국 페미니즘을 통해서 진정한 자신이 무엇인지를 찾았고, 켄 역시 가부장제와 페미니즘을 거쳐서 자신의 가치를 찾았으니. 페미니즘도 휴머니즘도 결국엔 한 사람 개인의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무엇이 될 필요 없이, 나는 그저 나이면 충분하니까. (또한 엘렌과 이상한 바비의 존재는 마치 여성과 남성으로 포괄할 수 없는 소수자를 상징하며, 그레타 거윅이 그들 또한 영화에서 챙겨준 것 같아서 좋았다. ㅎㅎ)

 

 


 

 

추신)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바비>의 주역들인 마고 로비, 그레타 거윅이 후보에서 제외되고 공교롭게도 켄을 연기한 라이언 고슬링에게만 상을 주었다. 차별주의 심사위원들의 이런 멍청한 결정이 결국엔 이 현실 속 사람들이 왜 바비에 열광했고 왜 바비가 그토록 흥행했는지를 보여주는 꼴이 되버린 아이러니.

 

바비는 영화 뿐 아니라 OST 또한 명곡들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두아 리파의 'Dance The Night', 리조의 'Pink'가 있다. 이 두 곡이 영화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라면, 빌리 아일리시의 'What Was I Made For?'는 영화의 메시지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노래가 아닐까. 세 곡 다 정말 좋으니 한번씩 들어보시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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