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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Black Out (2024) 리뷰 :: 부조리한 사회와 맞서는 법을 보여준 한국식 포크 호러 드라마 본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Black Out (2024) 리뷰 :: 부조리한 사회와 맞서는 법을 보여준 한국식 포크 호러 드라마
호박마차2 2024. 10. 5. 22:01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Black Out
- Snow White Must Die - Black Out, 2024
2013년 11월, 무천시 한 시골 마을에서 시신이 없는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는 19살 소녀 박다은(한소은)과 심보영(장하은)으로, 유력 용의자는 바로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던 동급생 소년 고정우(변요한). 다은은 정우의 여자친구였으며, 보영은 그의 친한 친구였다고. 당시 정우는 술에 취해 아무 기억도 나지 않아 범행을 부인했지만, 알리바이와 증거가 모두 정우를 가리키고 있기에 결국 10년형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된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고, 교도소에서 출소 후 정우는 유일하게 10년간 꾸준히 면회를 와준 동창이자 이젠 유명한 배우가 된 최나겸(고보결)의 도움으로 다시 자신의 고향 무천시에 돌아온다. 10년이 흐른 무천시에서 자신이 잡은 범죄자 때문에 아내를 잃고 더 폭력적으로 변한 형사 노상철(고준)과 정우의 어머니가 일하는 무천가든 가게에서 알바하는 미지의 의대 휴학생 하설(김보라)이라는 새로운 인물들과 마주하고. 첫만남은 당연히 현재 범죄자인 정우에게 대놓고 적대감을 보이거나 경계하였으나, 시간이 흐르며 두 사람은 정우가 진짜 시신 없는 살인사건의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상철과 설의 도움으로 정우는 비로소 10년 전 사건의 진범에게 다가가기 시작한다.
2024년 8월 중반부터 10월 초까지 방영된 미스터리+범죄+스릴러 장르의 MBC 금토드라마. 원작은 독일의 유명한 추리소설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으로, 처음 드라마 제목을 보았을 때부터 묘하게 익숙하다 싶었는데 나 10대 시절 도서관에서 얼핏 보았었던 소설이었다..ㄷㄷ (초반부만 읽어서 소설 결말 몰랐었는데 몇 년이 지나 드라마로 결말을 알게 됐다.ㅋ) 독일 소설을 한국식으로 드라마화해서 어색한 부분이 있진 않을까 싶었으나 정작 다 보고나니 이처럼 한국적인 포크 호러가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한국의 부조리하고 부정부패한 사회를 매우 잘 표현한 드라마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미 다 끝난 자신의 과거의 억울함을 풀고자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플래시백하는 정우의 모습이 초반까지는 다소 답답하고 미련하게까지 보이나, 그 이후 밝혀지는 어마어마한 진실은 그야말로 인류 혐오까지 느끼게 해준다. 정우를 아끼고 가족같이 대해주던 사이 좋은 이웃들, 둘도 없는 자신의 편이라 믿었던 친구들이 모두 공범이었으며 자신들의 범죄를, 자기 아들의 범죄를 덮기 위해서 정우에게 죄를 덮어씌운 것. (이 부분에서 마치 영화 <이끼>를 연상시키기까지 했다.) 심지어 진실이 밝혀졌는데도 사과와 반성은 커녕 오히려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는 진범들의 태도에서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겉보기엔 인심 좋고 호의를 보이지만, 그 뒷면에는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그를 위해선 다른 이를 언제 어떻게 이용할지도 모르는, 현 사회의 인간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들이 씁쓸하면서도 공감됐다.
또한 정치인과 경찰의 부정한 거래까지 개입되며, 독일 원작의 소설을 드라마화 했으면서도 이보다 더 한국적일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한국적인 색채를 잘 보여준 누구보다 잘 공감할 수 있었던 포크 호러 드라마였다. 특히나 드라마의 또 다른 메시지 또한 매우 인상깊었었는데, 주인공 정우와 함께 하설이 보여주는 부조리한 사회에 맞서는 모습들에서 감독은 비록 우리는 소수고 거대한 사회(다수)를 이길 수 없을 것 같지만, 우리 한명의 목소리라도 내면 언젠가 이 어둡고 부정적인 사회에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정우 역시 자신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시골 마을 전체를 상대로 하나하나 진실을 밝혀내 결국 누명을 벗었으며, 하설 역시 병원 실습 도중 의료사고를 덮으려는 교수진에게 항의하다가 정학을 당했으나 자신의 무고함을 밝히려는 정우를 보고 자신 역시 다시 돌아가 교수진과 맞서 싸운다. 비록 두 사람 모두 한사람의 작은 행동과 말이었지만, 그게 파동처럼 번져나가 결국 진실을 밝힌 것처럼 우리에게도 거대한 사회라고 수긍하지 말고 맞서싸우라는 메시지를 주는게 아닐까.
추신) 드라마를 보면 볼수록 이상하게도 고정우에게 몰입이 안되더라. 캐릭터성이 너무 올곧아서 그런건지 너무 순진했던 건지 자세히 보면 사건 전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너무 쉽게 믿고 다른 이들의 말을 안들어서...ㅋㅋ 친구들 역시 평소에도 양아치스러운 언변과 질 안좋은 행동들에서도 충분히 의심을 해볼 수도 있는 부분이고, 다은이 양다리라고 친구가 무려 둘씩이나 말을 해줘도 믿을 생각도, 다은에게 물어볼 생각조차 해보지 않는 면에서 정말 고구마였다. 사람 보는 눈이 영 없는건지..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자친구도 사실 스폰 목적으로 원조교제까지 했던 걸 생각해보면;;)
이 드라마의 최대수혜자는 단연 집착에 가까운 사랑을 보여준 사이코패스 최나겸(구 최덕미) 역의 고보결 배우, 그리고 자폐 스펙트럼과 죄책감으로 인한 알코올중독자 1인2역을 완벽 소화한 현건오, 현수오 역의 이가섭 배우가 아닐까. 두 배우 모두 가장 인상깊은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었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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