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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귀 (2023) 리뷰 :: 분명히 귀신이 나오지만 귀신보다 악한 사람들이 더 무서운 K-오컬트 드라마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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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귀 (2023) 리뷰 :: 분명히 귀신이 나오지만 귀신보다 악한 사람들이 더 무서운 K-오컬트 드라마

호박마차2 2024. 8. 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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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귀 포스터

 

 

악귀

- Revenant, 2023

 

 

23년 겨울, 주인공 구산영(김태리)은 가난한 엄마(박지영)와 단 둘이 살고 있는 현대사회를 대표하는 흙수저 청춘이다. 고시는 붙을 생각을 하지 않고, 생계를 위해 알바만 주구장창 하고 있는데 하필이면 또 엄마가 보이스피싱까지 당한다. 이런 힘겨운 나날을 살던 중, 엄마로부터 지금까지 죽은 줄만 알았던 아빠가 실제로는 살아있었으나 숨기고 있었고 방금 진짜 죽었다는 터무니없는 사실을 듣게 된다. 아빠는 민속학 교수였던 구강모(진선규). 그렇게 몇십년만에 아빠를 장례식장에서 다시 보게 된 산영은 친할머니(예수정)로부터 아빠의 유언으로 붉은 댕기를 받게 되고, 그 때 무언가를 느낀다.

 

한 편, 귀신보는 민속학 교수인 염해상(오정세)은 구강모로부터 자신의 딸 산영을 도와달라는 유언을 편지로 받게 되고, 그렇게 산영을 찾아가지만 어째서인지 자신의 유년시절 어머니를 죽였던 악귀의 그림자가 산영에게 붙어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산영과 해상은 원치 않는 협력 관계가 되어 산영 자신에게 붙어있으며 산영의 아빠의 죽음, 그리고 해상의 어머니의 죽음과 연관되어있는 악귀의 정체와 그를 봉인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작년 2023년도에 <더 글로리>와 함께 가장 재미있게 보았었던 국내 드라마. 올해에 영화 <파묘>가 있다면, 작년에는 드라마 <악귀>가 K-오컬트 대표작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스릴러 전문 김은희 작가의 작품답게 정교한 스토리 흐름과 함께 안개가 낀 듯 스산한 분위기, 떡밥 회수까지 완벽했었던 드라마. 악귀 자체가 K-오컬트답게 드라마 속에서 요즘 콘텐츠들에서는 보기 힘든 민속학과 관련된 지식들이 방대하게 나오며 실제로 작 중 염매 행위, 태자귀, 객귀, 아귀 등 한국의 전통 귀신들에 대해서 한 에피소드 씩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덕분에 나같은 오컬트 덕후에겐 매우매우 흥미로웠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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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오컬트 드라마인만큼 각종 다양한 귀신들이 나오지만, 부제에도 적었듯 이 드라마에서 정작 가장 무섭고 소름끼치게 묘사한 건 악귀보다도 더 악귀같은 다양한 인간상이다. 작 중에선 악귀와 관련된 에피소드로 생존신고도 하지 않고 죽기만을 바라며 자식을 방치하는 부모, 젊고 위태로운 청춘들을 이용해서 돈을 뜯어내는 사람들, 만만한 사람을 짓밟고 자신의 욕심과 자존감을 채우려는 사람 등을 보여주며 다양하고도 씁쓸한 현대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과감하게 보여준다. 이 뿐만 아니라 어린 소녀를 죽여서 자신들의 이익을 얻어내려는 썩은 어른들의 모습, 자기 동네 아이가 죽었음에도 동요 하나 보이지 않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일명 인류애가 사라지기까지 한다. 김은희 작가는 이런 모습들을 그대로 보여주므로서 악귀보다도 더 무서운 건 사실 악귀같은 인간들의 악랄한 모습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또한 마지막 결말 부분을 통해서 악귀같은 인간상 뿐 아니라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아픈 현실에도 불구하고 계속 긍지를 갖고 살아가라고 말해주고 있다. 작 중 그 누구보다도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던 (심지어 생전에도 더 나은 삶을 향한 욕망, 즉 생존욕구가 상당히 강했다) 악귀(심달기)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늘 한강 주변을 맴돌며 죽을 생각을 하던 산영의 욕망이 상당히 대조된다. 생존 욕구가 강한 귀신과 삶에 의욕이 거의 없던 살아있는 사람의 대조를 통해, 이 드라마는 또한 누구보다 힘든 삶을 살고 있을 청춘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에 의욕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라고 응원해주는 것만 같다.

 

 


 

 

추신) 김태리의 평범한 청춘 산영과 악귀를 넘나드는 연기가 너무 일품이었다. 눈빛 하나하나부터 행동까지 소름돋을 정도로 바뀌던...ㅎㄷㄷ

 

그리고 작년에 이어서 한번 더 돌려본 결과, 현대의 청춘 산영과 태어날 때부터 가난했던 악귀 향이의 입장 둘 다 너무 공감이 가서 마음 아팠던 드라마 ㅠㅠㅠ 이 여름을 보내기 전에 다시 한번 보고 싶어서 가볍게 정주행 시작했는데, 역시 마지막 엔딩은 너무나 마음이 무거워진다. (심지어 산영이는 엔딩까지 열린 결말이라서 해피엔딩도 아닌 ㅜㅜ)

 

 

출처는 움짤 안에. 단연 김태리의 악귀 연기는 최고였다...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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