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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아이 (2019) 리뷰 :: 다수의 행복을 위한 소수의 희생은 정당한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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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아이 (2019) 리뷰 :: 다수의 행복을 위한 소수의 희생은 정당한가

호박마차2 2023. 8. 25.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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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아이 포스터

 

만약 신이 계신다면 부탁드려요.
이제 충분해요. 이제 괜찮아요.
우리는 어떻게든 해나갈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이 이상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지 마시고,
우리에게서 아무것도 빼앗아 가지 말아주세요.
더 이상 맑지 않아도 돼.
날씨 같은 건 미쳐버린 그대로 있어도 상관없어.
신경쓰지 마.
세계는 어차피 원래부터 미쳐있었으니까.

 

 

날씨의 아이

- Weathering With You, 2019

 

 

가출 소년 호다카는 꿈을 안고서 도쿄로 상경한다. 하지만 도시에서의 삶은 정말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것도 없고, 물가는 비싸기만 하고 사람들은 모두 차갑고, 점점 주머니 속 돈도 떨어져 가는 상황.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도와준 미지의 소녀, 그리고 '생명의 은인'이라는 인연으로 엮이게 된 스가 케이스케의 도움으로 오컬트 잡지사에 16살의 신분으로 취직(?)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자신을 도와줬던 소녀가 곤란에 처한 상황을 보게 되고 그녀를 구해주게 되는데.

 

그 보답으로 소녀는 자신의 이름이 히나라는 것과 자신이 날씨를 맑게 해주는 '맑음 소녀'라는 걸 알려준다. 그렇게 호다카와 히나는 '날씨를 맑게 해주는 맑음 소녀'라는 타이틀로 작은 사업을 하게 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스가 케이스케와 그의 조카 스가 나츠미를 통해 맑음 소녀는 일종의 하늘과 소통하는 무녀로, 하늘에 인신공양 제물로 바쳐져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너의 이름은 다음으로 개봉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3부작 중 2번째 작품. 영화 자체가 전작에 비해서 멈추지 않는 호우, 비에 잠긴 도시와 가출 소년 이슈 등 상당히 무겁고 암울한 분위기를 띠고 있는데, 이는 영화의 전체적인 메시지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겉으로 보기엔 재난, 즉 호우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내면에는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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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중 맑음 소녀이자 날씨의 무녀인 히나가 제물로서 희생되야만 미쳐버린 도쿄의 날씨가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설정은 즉, 다수(도쿄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 소수(날씨의 무녀=히나)가 희생해야만 한다고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우리의 현대 사회를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히나의 이야기 뿐 아니라 양육권을 가지고 싸우고 있는 자신과 모든 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호다카보고 너 하나만 고향으로 돌아가면 모든게 제 자리를 찾는다며 말하는 케이스케의 대사에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결말을 보면 알 수 있듯,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 없이도 결국 사람들은 웃음을 잃지 않고 변화한 도시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영화는 대사 중간중간에 대놓고 '날씨같은 건 미쳐버린 상태로 있어도 돼', '세계는 원래 미쳐있었다' 라고 말하는데, 이는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며 그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는 다수와 세계를 향해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 필수불가결하냐며 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추신) 영화의 메시지가 마음에 들어서 열심히 끄적이느라 오컬트적인 이야기를 미쳐 못했는데, 내 개인적인 해석으로 너의 이름은이 '신이 인류를 사랑했을 때' 라면, 날씨의 이름은 '신이 인류를 사랑하지 않을 때' 를 보여주는 것 같다. 전작에선 아무 조건 없이 인류를 위해 두 인연을 이어줬지만 본작에선 인신공양, 즉 대가를 치뤄야만 답례로 무언가를 주는 모습이지 않나. 그 대가를 치루지 않았다는 이유로 3년간 비를 멈추지 않아 도쿄를 물에 잠기게 만드는 모습이 냉혹하고 충격적이기도 했다...ㄷㄷ

 

그리고 후반부 할머니가 원래 200년 전 도쿄는 바다였다고 말해주는 장면을 통해서 신에겐 원래 자신의 영역(바다)이었던 지역이 인간에 의해 더럽혀졌으니(도시로 변함) 다시 되찾아갔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전반적으로 너의 이름은 보다 더 원초적인 신다운 모습을 표현했다고 생각되기도...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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