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2021) 리뷰 :: 별종들의 더 넓은 세상을 향한 탐험일지

루카 포스터

 

 

루카

- Luca, 2021

 

 

이탈리아의 작은 어촌마을 포르토로소에는 바다괴물의 목격담이 떠돌아다니며 마을 사람들은 모두 바다괴물을 두려워하며 사냥하려 한다. 하지만 그들의 상상 속 잔인하고 섬뜩한 괴물의 모습과는 달리 실제로 바다 아래에 살고 있는 바다괴물들은 오히려 인간을 육지괴물이라며 그들을 피하고 있는 상황. 한 편, 주인공 루카는 인간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있지만 부모님의 결사반대에 차마 나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하지만 육지에서 살고 있는 자신과 또래인 바다괴물 알베르토를 만나게 되고 그 또한 처음으로 육지로 올라가본다. 물 밖으로 나가자 루카의 몸은 인간 소년의 몸으로 변하고, 바다 속과는 다른 육지에서의 자유를 만끽하던 도중 결국 부모님께 물 밖으로 나갔던 사실을 들킨 루카. 루카에게 심해괴물인 삼촌을 따라 심해로 들어가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결국 바다와 부모님으로부터 도망쳐 알베르토와 함께 육지 마을로 나오게 된다.

 

 

---

 

 

오늘과 내일이 풀문 에스밧이어서 어떤 주제의 영화를 볼까 고민하던 중, 보름달인 만큼 좀 더 로맨틱하거나 순수하고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 꺼내보게 된 애니메이션 영화. 픽사의 영화로, 이탈리아의 아름답고 동화같이 아기자기한 마을과 청량한 여름 바다가 만나니 정말 한 여름에 보기 시원해지는 애니메이션 영화다. 무엇보다도 디즈니와는 또 다른 픽사 특유의 감성과 그림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이다.

 

반응형

 

사실 이 영화에는 (노리고 본 건 아니지만ㅋ) 오컬트적인 상징보다는 오히려 알베르토와 루카의 우정이라기엔 좀 더 애틋한 관계성, 중반부 마을 소녀 줄리아와 루카의 관계가 가까워지자 묘하게 질투를 하던 알베르토의 모습 등으로 보아 좀 더 퀴어적인 상징으로도 해석할 만한 여지가 있다. (물론 내가 퀴어여서 그런것만은 아니닷!!ㅋㅋ) 이렇게 해석하고 본다면 마을 사람들에게 두려움(혐오)의 대상이 되는 바다괴물=별종은 곧 현대 사회 속 '소수자'를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으며, 결말부 바다괴물과 인간들이 융합되어 서로에 대한 배척감/적대감을 내려놓는 장면들 또한 다르게 바라볼 수도 있어서 매우 감명깊었다. (특히나 바다괴물들이 빗속에서 정체를 드러내고 마을 사람들과 화합하자, 인간인 척 정체를 숨기고 있던 몇몇 바다괴물들도 자신의 모습을 용기있게 드러내는 장면 또한 묘하게 이입되서 울컥하더라...)

 

이런 해석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배척되고 멸시되는 '별종'이라는 존재들이 결국 사회로부터 인정받으며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탐험을 시작한다는 엔딩은 현실 속 수많은 별종, 약자, 소수자들을 위로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으며, 마치 그들의 앞날을 응원한다는 감독의 메시지로도 전달되어 왔다. 마지막 장면에 루카가 더 이상 세상에 자신을 감추지 않고 비 속에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며 기차를 타고 떠나는 장면이 인상깊었던...ㅎㅎ 여러모로 볼 때마다 매번 힐링받는 진정한 힐링무비다.

 

 

---

 

 

추신)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탈리아 시골 마을의 동화같은 풍경과 시원하고 푸르른 바다의 색감이 너무나 황홀했다. 나는 만월 에스밧 겸 보았던 영화지만, 이 무더운 날씨에도 충분히 잘 어울리는 영화다.

 

루카와 알베르토 등 바다괴물들의 모습 또한 세상에 진짜 인어가 존재한다면 오히려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싶은 비주얼이다. 신화 속 물의 요정들 같기도 하고 되게 아담하니 귀여웠던...ㅋㅋㅋㅋ

 

 

누가 뭐래도... 난 얘들의 우정(?) 응원해...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