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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재킹 (2024) 리뷰 :: 1971년대와 2024년대의 시대 속 차별과 혐오가 그리 다르지 않아 씁쓸했던 영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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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재킹 (2024) 리뷰 :: 1971년대와 2024년대의 시대 속 차별과 혐오가 그리 다르지 않아 씁쓸했던 영화

호박마차2 2024. 8. 29.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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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재킹 포스터

 

 

하이재킹

- Hijack 1971, 2024

 

 

1970년, 주인공인 공군 태인(하정우)은 후배와 함께 비행을 하던 중, YS-11 부기장으로 일하고 있는 선배 민수(최광일)와 승객들이 납치된 채 북한으로 향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연료를 쏴서 터트리라는 명령을 받지만 그렇게 되면 승객들의 목숨이 위험하기에 망설이던 태인은 결국 임무 수행을 하지 못하고. 그는 그렇게 군에서 쫓겨나듯이 전역을 하게 된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흐르고, 1971년. 태인은 민간 여객기의 부기장이 되어 첫 비행을 하게 된다. 그의 옆 기장 규식(성동일)에게 비행 전 위로를 받는 등 다시 기운을 내고 김포행 비행을 시작하지만, 하필이면 승객 중 1년 전의 사건과 유사하게 이북을 하기 위해 탑승한 정체불명의 22살 청년 용대(여진구)가 비행기 안에 폭탄을 터트리며 난동을 피운다. 그렇게 납북에 성공한 이들이 엄청난 대접을 받는다는 기사를 보았다며 이북을 하라고 승객들과 규식, 그리고 태인의 목숨까지도 위협하는 용대와 그를 어떻게든 달래서 최대한 진정시키려는 태인의 숨막히는 신경전이 시작된다.

 

 


 

 

1971년에 일어난 실화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항공 납치극 영화. 이 영화를 선택했을 때엔 이러한 정보도 없이 시청했는데 첫 시작, 그리고 맨 끝 부분에 실화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라. 실화 사건에 살짝 조미료를 넣어서 영화적으로 극적으로 완성시킨 것 같은데,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영화의 베이스인 실화 사건 자체가 너무 충격적이고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사건이다보니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숨막히게 봤던 것 같다. (초반에 등장하는 YS-11 납치 사건 또한 실화 사건이라는 사실에 정말 충격적이었다.... 11명의 승객이 결국 북한에서 현재까지도 돌아오지 못하고 생사조차 확인이 불가하다니...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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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중반부부터 빠르게 하정우 vs. 여진구의 숨막히는 연기 대결, 아니 신경전으로 끌고 간다. 어떻게든 승객들을 살려야 하는 태인과 형이 북한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릴 때부터 빨갱이 취급을 받으며 결국 엄마까지 차별과 혐오로 인해 죽게 됐으니 남한에 대한 분노와 북한으로 가면 훨씬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으로 비행기 전체를 납치하려는 용대. 둘의 입장 모두 공감이 가서 결말 부분까지 참으로 안타까웠던 인물들이었던 것 같다. 심지어 분명히 메인 빌런이며 범죄자 미화에는 동조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차별과 혐오로 인해 누명까지 쓰고, 결국 가족을 모두 잃게 된 용대가 너무 안타깝고 공감마저 됐다.

 

영화 중에선 중간중간 보여주듯이 극한의 시대상을 그대로 재현하느라 노력을 많이 한 듯 하다. 언어장애가 있는 노모를 흉보고 아들 또한 창피해하는 장면, 중년 여성을 향한 혐오와 차별의 시선, 말 그대로 저질 꼰대 사상을 아무렇지 않게 밖으로 표출하는 남자들까지. 위의 용대 뿐 아니라 이 많은 장면들이 그 시대의 극한의 차별과 혐오를 그대로 보여주는데, 참으로 씁쓸했던 건 1971년대와 현재 2024년대의 한국 사람들의 인식이 크게 다르다고 느껴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현재도 장애인 인권을 외치는 이들을 경찰이 나서서 힘으로 제압하고, 퀴어 인권과 페미니즘을 외치는 이들에게 차별과 혐오의 시선과 칼날 섞인 말들을 쏟아내는 시대다. 무려 50년이 훌쩍 넘는 시대가 흘렀는데도 사람들의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으며, 그 시대의 빨갱이는 현 시대의 또 다른 약자와 소수자가 되어 마녀 사냥되고 있다. 감독은 다른 의도가 있었을진 몰라도, 나에겐 시대의 변화 속 변하지 않은 혐오를 보여주는 듯 보여 그리도 씁쓸하더라.

 

 


 

 

추신) 영화가 한국 영화 특유의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단점이 좀 더 크다.... 심지어 중반부에 하정우와 여진구가 대화를 나누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들리지가 않아 다시 몇번 정도 돌려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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